프로축구
선물 받은 '쇠돌이 커버'와 함께…축구계 '골프 고수' 김기동, 또 환하게 웃었다 [IS 원주]
“팬이 직접 만들어서 선물해 주셨어요.”김기동(52)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 취재진에게 ‘쇠돌이’ 커버를 꺼내 들며 자랑했다. 13일 강원도 원주 오크힐스CC에서 열린 축구인 골프대회 현장에서다. 김 감독은 “사진만 보고 만드셨다고 한다. 너무 잘 만들지 않았느냐”며 환하게 웃었다. 김기동 감독이 보여준 커버는 한 팬이 포항 구단 마스코트인 ‘쇠돌이’를 보고 직접 뜨개질해 만든 선물이었다. 김 감독은 라운드를 나설 때마다 쇠돌이와 함께 하고 있는 중이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대부분 선수들이 일반적인 커버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김 감독의 ‘쇠돌이’ 커버는 더욱 눈에 띄었다.김기동 감독은 쇠돌이를 커버로만 활용하지는 않았다. 드라이버를 쓸 때는 필드 한편에 쇠돌이를 앉혀두고 이른바 ‘행운의 부적’으로도 썼다. 쇠돌이를 앉힐 때나, 샷을 마치고 다시 주울 때나 김 감독의 표정엔 미소가 한가득이었다.이날 김기동 감독이 남달랐던 건 비단 쇠돌이 커버만이 아니었다. 김 감독은 축구인 중에서도 골프를 잘 치는 인물로 꼽힌다. 역대 이 대회에서 최저 타수 기록자에게 수여되는 ‘메달리스트’를 2015년과 2016년, 2018년 등 세 차례나 거머쥐었을 정도다.한웅수 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이번 대회에 참가한 배경으로 김기동 감독을 콕 집어 언급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 부총재는 대회에 참가한 이유로 대회 우승이나 상품 등이 아닌 “김기동 감독에게 레슨을 받기 위해서 왔다”며 웃었다. 축구계 사령탑들 중에서도 대표적인 지략가로 꼽히는 가운데 축구인들 사이에서 골프 실력도 그만큼 돋보인다는 뜻이다.실제 이날도 김기동 감독은 시원한 스윙과 정확한 퍼트로 남다른 실력을 과시했다. 티샷에는 물론 늘 쇠돌이 커버가 함께했다. 취재진 등 지켜보는 눈이 많은 홀에서도 김 감독은 티샷을 정확하게 페어웨이에 안착시킨 뒤 활짝 웃어 보였다.4명씩 구성된 한 조의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했다. 그는 이민성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의 티샷이 시원하게 날아가자, 뒤에서 “볼도 잘 쳐, 팀도 잘 나가, 부럽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 감독은 “포항이 그런 소리를 할 건 아니다. 나를 기만하는 거냐”고 응수하자, 김기동 감독은 미소로 답하기도 했다.김기동 감독의 실력은 여전했다. 이날 그는 전체 선수들 가운데 최저타수인 2언더파 70타를 기록하며 '메달리스트' 영예를 또 안았다. 역대 4번째 이 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축구인 골프 고수의 입지를 다졌다. 숨겨진 홀에 핸디캡을 부과하는 신페리오 방식의 우승자는 박주영(울산)이었다.
원주=김명석 기자
2023.06.13 20:01